아는 동생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내 생각이 많이 났다며 영화를 추천해줬다. 영화는 정말 몰입해서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처음에는 김영광과 박보영의 풋풋한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하다가 어느 순간 나와 내 첫사랑을 영화 주인공들에게 대입해서 보게 되었다.
아직 첫사랑과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 첫사랑과 헤어졌지만 아직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 사람, 이미 첫사랑과의 긴 이야기가 끝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너의 결혼식'은 아직 첫사랑이 진행 중이거나 혹은 끝난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나'를 대입해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엇갈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을 위해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등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흔히 내 주위 친구 혹은 내가 겪은 경험과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중에 기뻐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아쉬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영화를 다 보고나니 나와 내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연'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이름이 '황우연'인것도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는 우연하게 여주인공 '환승희(박보영)'가 주인공인 '황우연(김영광)'의 학교로 전학오면서 시작된다. 전학 온 환승희에게 황우연은 첫눈에 반하게 되고 함께하는 짧은 시간동안 둘은 애정을 키워간다. 환승희의 가족사로 둘은 헤어지게 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 우연히 친구가 가져온 잡지에서 환승희를 발견하게 된 황우연은 노력하여 승희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승희의 남자친구, 군대 등의 일들로 또 다시 헤어진 둘은 우연히 황우연이 전단지를 나눠주다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 이러한 만남의 우연 외에도 많은 우연들이 있었지만 나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우연에 많이 집중(?)했던 것 같다. 이걸 단지 우연이라고 생각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둘이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첫사랑을 마음에 두고 계속 찾았던 주인공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우연들을 주인공의 사랑과 노력이 만들어 낸 운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애절한 첫사랑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에서 봤을 때는 어떨까? 두 사람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 사이에 다른 이성을 사귄다. 그 사람들에게 아마 상대의 첫사랑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승희의 대학 시절 남자친구가 다행히 나쁜놈이긴 했지만, 우연의 질투로 차의 뒷 유리가 깨지고, 하숙집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등 우연은 잘 사귀는 커플에게는 못 할 짓을 했다. 또한 우연은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승희를 만나고 결국엔 승희와 사귀기 위해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물론 승희도 우연이 여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고도 계속 우연과 만났다. 이렇게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끝나지 않은 사랑을 두고 다른 사람과 교제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이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환승'희라는 이름도 감독이 어떤 의미를 주고 지은 걸까? 단지 버스 환승 드립을 위해서만 지은 이름은 아닌것 같다.
영화는 결국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우연의 노력으로 둘은 결국 이쁜 사랑을 시작하고 행복한 연애를 하지만 결국 우연의 변해버린 모습, 실망스러운 언행으로 인하여 헤어지고 승희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첫사랑 영화가 그렇듯 '너의 결혼식'도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다른 영화와 다르게 마지막에 사랑은 타이밍이라며 쿨하게 승희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한 후에 결혼식에 참여하고 마지막에 문을 열고 웃으며 나가는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첫사랑의 마무리를 지었다.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아니 절대 저럴 수 없다는 결론을 지으며 영화관을 나섰다. 지금부터는 글을 쓰며 떠오른 망상이지만 사실 우연의 행동은 아름다운 끝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사랑을 위한 행동이였으며 '결혼한다고 기회가 없냐?' 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나는 첫사랑과 잘 될 수 없다는 결과가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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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서 영화에서 느낀 부분을 주절주절 적어보았다. 혼자 걷다가 "승희 이기적인 것! 나쁜 것!" 이러면서 첫사랑을 떠올리고 잠시 첫사랑과의 해피엔딩 망상도 해보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영화의 내용에 빠져있는 것을 보면 꽤 잘 만든 영화가 아닐까?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영화이다. 다른 외국의 로멘스영화도 많지만 나는 한국 로멘스영화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맞게 사랑에 대해 접근했기 때문에 내가 영화를 과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직 첫사랑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영화를 보며 첫사랑에 대한 설렘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고, 첫사랑을 끝낸 사람들은 추억을 떠올리며 풋풋했던 그 시절의 감정에 잠길 수 있을 것 같다.